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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내가 불안한 건 그 사람이 날 싫어하기 때문이야 - 불안, 공황장애

by 성공한 사막여우 2021. 4. 15.

 

내가 불안한 건 그 사람이 날 싫어하기 때문이야


이따금 우리는 ‘이렇게 불안한 걸 보니 안 좋은 일이 생길 게 분명해’ ‘내가 불안한 건 상대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야’라고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판단 근거가 부족할 때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근거로 삼으려고 합니다. 이를 ‘감정적 추론’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고방식 패턴은 인지를 심하게 왜곡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비관적인 사람은 자동적 사고가 부정적인 쪽으로 일어나는 탓에 불안함이나 초조함, 괴로움, 슬픔 등이 쉽게 발생합니다. 이런 감정들을 재료로 더욱 근거 없는 추론을 하게 되므로 인지 왜곡이 일어나기 쉬운 것입니다. 조금 다른 예를 들자면 ‘내가 이렇게 짜증이 나는 이유는 상대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야’ ‘내가 매일 이렇게 괴로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이곳이 힘든 직장이기 때문이야’라는 생각도 ‘감정적 추론’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추론 과정을 글로 써서 정리해 보면 터무니없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적 추론에 따라 행동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야
 
‘이분법적 사고’란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과는 조금 다른 추론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간단히 말하면 좋은지 싫은지, 내 편인지 적인지, 선인지 악인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든 일을 흑백으로 나눠 생각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완벽주의와도 이어집니다. 이를테면 ‘100점이 아니면 0점이나 똑같아’ ‘1등이 되지 못한다면 도전하는 의미가 없어’ ‘일류 기업에 들어가지 못할 바에야 취직하지 않는 게 낫겠어’ 등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인간관계에 알력을 발생시키거나 완벽함을 추구하려다 보니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하거나, 우울증을 초래하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상대에게 개선할 부분을 조금 지적받았을 뿐인데 ‘요컨대 안 된다는 이야기잖아’라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조금 냉정하게 행동했을 뿐인데 ‘그러니까 싫다는 거네’ 하고 받아들여 현실보다 더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잘 되는 일도 많은데 자신의 완벽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런 일들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고 ‘나는 뭘 해도 안 돼’ ‘나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며 침울해지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것도 못하면 나는 정말
 
완벽주의와 연결되는 또 다른 추론의 오류로는 ‘해야 한다 사고’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해야 할 일을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이든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말을 따라야 한다’ 등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패턴입니다.
모두 윤리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을 보면 어딘가 갑갑하고 살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해야 한다 사고’가 문제인 이유는 내가 그 ‘옳음’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하거나 질책하여 우울증을 초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할 일을 도중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끝까지 해내기 어려울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주변 사람에게 빨리 도움을 구해 일을 진행시키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고 어떻게든 자기 혼자 해내려다가 결국 건강을 해치고 일도 도중에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나는 이토록 못난 사람이구나’라고 자책하고 깊은 우울감에 빠집니다. 또한 ‘어떤 일이든 완벽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스스로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를테면 별것 아닌 일이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망친 것에 대해 스스로를 질책한다’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해야 한다 사고’를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면 사람들은 갑갑해 할 것이고 본인도 짜증이 나는 상황이 늘어날 것입니다.

 

 

내가 못나서 그런 거겠지
 
내가 나를 볼 때와 타인을 볼 때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울증이 오기 쉬운 사람은 타인에게는 후하게, 본인에게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오랫동안 꾸준히 취미생활을 해 왔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나에게 “열심히 하시는군요. 아직은 실수도 많고 조금 서투르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됩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은 선생님이 칭찬해 주신 말을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선생님은 나를 서투르고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구나. 열심히 한다고 이야기해 주셨지만 그건 딱히 나에게 칭찬할 게 없어서였겠지.’
자신이 부정당했다는 생각으로 흘러가게끔 일부러 결점을 지적하는 부분에 파고들거나 다른 숨은 뜻이 없는지 파악하려는 것입니다. 한편, 선생님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말을 했을 때는 이렇게 받아들일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저 사람의 노력을 인정하고 저 사람에게 기대하고 있구나.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그 어딘가
 
모든 일을 전부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All or Nothing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패턴이 있는 사람은 흑도 백도 아닌 회색 지대인 ‘그레이존gray zone’을 의식하는 일에 마음을 기울여 봅시다. 이를테면 입사 이래 순풍에 돛 단 듯 모든 일이 순조로웠던 회사원이 인사이동으로 잘하지 못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어 실수를 거듭하고 질책받는 일도 많아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게다가 후배가 나보다 중요한 일을 맡게 된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이제 안 돼. 지금까지의 평가는 모두 날아가 버렸어. 나처럼 쓸모없는 놈은 회사에 없는 편이 낫겠어’라고 생각합니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람이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질 때는 누구나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는 회사에서 ‘없는 편이 나은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평가가 모두 날아가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아직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맡아서 고생하고 있구나. 조금 적응할 기간이 필요한 거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회사에서는 이 사람을 100점도 0점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 사람에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원을 평가할 때 그렇습니다. 일이 잘 흘러갈 때는 자신을 100점이라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0점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라는 추론의 오류에 따라 그렇게 믿는 것뿐입니다. 타인에 관한 평가뿐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공이나 실패와 같은 일의 성패나 인간관계 등 모든 사실과 현상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닌 그레이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레이존을 인식하게 된다면 극단적으로 감정이 고조되거나 침울해지는 일 또한 줄어들 것입니다.

'완벽’이라는 벽과 거리 두기
 
‘해야 한다 사고’를 수정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신조를 표현하는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분을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는 것, 그것만으로도 본인이나 타인에게 주어지는 중압감이 줄어듭니다.
실제로 해 보도록 합시다. ‘해야 하는 일을 도중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 해야 하는 일을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 ‘어떤 일이든 완벽을 지향해야 한다 → 어떤 일이든 완벽을 지향하는 편이 좋다’. 영어로 말하자면 ‘must’였던 표현을 ‘better’로 바꾸었을 뿐인데 제법 느낌이 부드러워진 것 같지 않나요? 그 밖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생각해 덧붙인다면 더욱 중압감이 줄어들 것입니다(예외 찾기).
‘해야 할 일을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지만 그게 어려운 경우에는 빨리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옳은 것이기 때문에 내용까지 수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완곡하게 표현을 바꿀 뿐입니다. 이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듯이 반복하고 또 그대로 실행해 보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인해 괴로워지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