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한다
솔로와 커플 중 누가 더 외로우냐고 물으면, 절대 고독은 커플일 거라 생각합니다. 사이가 좋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어느 순간 세상에서 혼자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한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다투거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으면 지구에서 나 혼자인 느낌입니다. 이때의 기분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밥 먹는 것, 버스에서 다들 재미나게 이야기하는데 우두커니 있어 난감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외롭습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는 외로움이 당연한 일이며, 담담히 마주해야 할 일이라는 화두를 꺼냈습니다. 외로움은 이제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르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가족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데 외로운 것은 우선 머리로 쉬이 이해가 잘 되지 않고, 감정적으로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연애하고, 구두 계약을 하고, 법적으로 묶어 두었는데 그래도 외로우면 어쩌란 말일까요.
‘외롭기 싫어서 연애한다, 결혼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목표입니다. 예전의 저는 솔로일 때 외로움은 당연하다 생각하며 친구나 가족에게는 외로움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애할 때 외로운 것은 다 남친 탓을 했습니다. 친구나 가족이 있어도 인간은 근원적 외로움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놀랍도록 비합리적인 뇌가 연인이 있으면 근원적 외로움도 없어야 한다며 저를 부추겼습니다. 저 인간 때문에 외로운 거니 저 인간을 쥐어짜라고.
“기준점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원래 외롭고, 평생 외로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옆 사람은 외로움을 덜어 주는 존재가 됩니다. 더없이 고맙습니다. 반대로 당연히 안 외로워야 되는데 외롭다고 생각하면 옆 사람은 나를 외롭게 만든 나쁜 사람이 됩니다.
연애를 해도 외로울 때, 고약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평생 독신을 고수하시는 신부님, 수녀님, 스님들은 이 외로움을 어떻게 참으실까요? 한 수녀님은 세상에는 없는 훌륭한 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해 외롭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또 다른 수녀님은 수녀 역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고 연애,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는데, 사목 활동을 하시거나 상담하시며 들은 험난한 연애, 결혼 과정을 계속 상상해 보신다고 했습니다. ‘아휴, 나는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며 외롭다는 생각이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뜻밖의 고백을 하셨습니다. 『무소유』(범우사, 1999) 중 ‘미리 쓰는 유서’라는 글에서 설사 지금껏 귀의해 섬겨 온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그는 결국 타인이라 하시며 이 세상에 올 때도 혼자서 왔고 갈 때도 나 혼자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수도의 길을 가시는 분들이 대단한 점은 끝없는 고독과 담담히 직면하며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도 없애주지 못하는 외로움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책임지고 없애달라며 떠맡기는 건 무리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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