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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싱글, 내 집이라도 있었다면

by 성공한 사막여우 2022. 9. 1.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연애를 하면서도 나는 결혼보다는 연애로 충분히 만족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혹여나 만남이 결혼 이야기로 이어질까 두려웠고 피하고 싶었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 보니 어느덧 마흔을 넘기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싱글이다. 


옛날 같았으면 “얼마나 못났으면 시집도 못 갔냐”는 잔소리를 들으며 외계인 취급을 받을 나이지만 다행히도 시대를 잘 만난 탓에 대한민국의 흔하디흔한 싱글 중 하나로 그럭저럭 존버(‘존나게 버티기’라는 뜻의 신조어)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매번 결혼 생활로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면서 나보고 결혼하라는 친구를 볼 때면 ‘혼자 죽기 싫으니 같이 죽자는 얘긴가’ 싶은 생각에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뭐 아옹다옹 싸우긴 해도 둘로써 좋은 점이 있으니 추천을 하겠지만, 서로 사랑해도 힘든 게 결혼생활이라는데, 그저 남들 다 하는 결혼이란 이유로 만나서 살면 얼마나 힘들까. “아이들 보면서 그냥 산다”는 말이 왜 그렇게 차의 떨떠름한 뒷맛처럼 다가오는 건지.

 

 

가끔 외로웠지만 싱글로 사는 삶은 행복했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쓰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들. 주말 내내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있어도, 밥 먹고 바로 누워도 뭐라 하는 사람이 있길 하나. 밤늦은 시간 술 마시고 귀가해도, 매번 날아오는 쇼핑 택배 알림에 잔소리하는 남편도 없고, 좀 꾸미고 다닐라 치면 “우리 아들 고생한다”며 눈치 주는 시어머니 이야기도 그저 남 얘기다. 그저 내 몸 하나 건사하면 되는 것이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렇게 썩 만족스럽고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던 어느 날, 일이 생겨버렸다.

 

 

“이 나이에 퇴사라고요?”


“그거 혹시 들으셨어요? 우리 회사 조만간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데요?”
팀원이 꺼낸 첫마디는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보통 무슨 큰일이 생길 때면 그전에 어떠한 움직임이라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드러나는 이슈 하나 없이 안정적으로 잘 흘러가던 회사였다. 그렇기에 팀원이 던진 한마디에 무게가 실릴 리 없었고 다들 ‘에이 설마’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잊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찜찜함이 남아 있었던 것은 그 팀원이 함부로 그런 소리를 꺼내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 말은 맞았다. 그날 이후 소문은 현실이 되었고, 정확히 두 달 뒤 회사는 뒤집어졌다. 잔잔하다 못해 지루했던 나의 인생도 그날 이후로 함께 뒤집어질 뻔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생 전반전이 완전 뒤집혔다. 회사는 암초를 만난 배처럼 순식간에 삐걱거렸다. 조직이 개편되고, 몇몇 임원급들은 소리 소문 없이 하나둘 퇴사하고 있었다.


임원들의 명단이 바뀌고 흉흉한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어느 팀부터 정리한다고 하더라’, ‘몇 년생부터 정리한다고 하더라’ 마치 <인디애나 존스>라는 영화에서 달리는 주인공 뒤로 철문이 하나씩 덜컹덜컹 닫히며 목숨을 건 질주가 시작되는 것 같은 긴박감이 내 인생에 찾아온 것이다. 소문이 퍼질 때마다 철문이 하나씩 닫히는 것 같았다. 숨은 조여오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퇴근길에는 항상 술이 들려 있었다. 괴로웠다.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세상에 대한 원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집이라도 있었다면


물론 그때의 소비가 모두 나빴다고는 볼 수 없다. 그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 돌아보면 행복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희망이 없을 것 같은 미래라고 속단해버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에만 집중해버린 삶이었다.
그렇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선택했더라도 똑같이 후회했을 것이다. 극단적인 삶은 하나를 얻는 대신 하나를 잃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7할을 쏟아붓는다면, 남은 3할은 미래를 위해서 준비했어야 했다. 

당장 미래가 안 보인다고 현재에 모든 것을 쏟진 말았어야 했다.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틴다 해도 길어봐야 10년이고, 임원이 된다 한들 계약직일 뿐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투자나 사업일수록 더 위험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월급이라는 소득이 꾸준히 나오는 지금 당장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외나무다리를 걷고 있는 싱글녀에겐 더욱이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 

 

지금보다 더 못살거나 지금부터 잘살거나.

선택은 이 책을 읽는 당신의 몫이다.

그리고 선택했다면 그대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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