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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혹시 내가 공황장애는 아닐까

by 성공한 사막여우 2021. 2. 22.

공황장애나 사회불안장애 치료는 인지행동요법의 전문 분야입니다. 예전에는 둘 다 ‘불안 신경증’이라는 하나의 질환이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에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우울증, 기분 장애, 거식증이나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와 함께 불안 장애를 정신 질환의 한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공황장애나 사회불안장애가 분류되었습니다.
공황장애는 심장의 두근거림이나 발한, 떨림, 답답함, 현기증 등을 동반하는 불안 장애입니다. 우울증과 함께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연예인 중에서도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누구나 몹시 충격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질환이 아닙니다. 공황장애 환자는 이런 직접적인 원인이 없을 때 느닷없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경험을 합니다(일설에 의하면 뇌의 위험을 감지하는 기관인 편도체가 지나치게 흥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언제 공황 발작이 일어날지 몰라 겁이 나서 지하철을 못 타겠다’ ‘공공장소에 가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공포는 경험한 적 없는 사람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듭니다. 주변에서 꾀병처럼 생각해 더 고통스러운 환자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황장애 환자에게는 ‘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느낄 수 있는 두려운 경험입니다. 공황 발작을 심하게 두려워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반복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 까닭
 


영국의 임상심리학자인 데이비드 클라크David M. Clark는 공황 발작 메커니즘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난데없이 공황 발작이 일어난 환자는 ‘또다시 발작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고 몹시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를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반복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면 도망칠 수 없는 장소에 있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먼저 지하철이라는 ‘본인의 타이밍에 맞춰 정지할 수 없는 닫힌 공간’ 안에 있음을 지각합니다(위협의 지각). 그리고 ‘지하철에서 공황 증세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신체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날지도 모릅니다. 공황장애 환자는 ‘이런, 이대로라면 정말 발작이 일어나고 말 거야. 속이 너무 답답해, 나는 죽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이를 심리학계에서는 ‘파국적 오해석’이라 부릅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오해석으로 인해 심장이 점점 격하게 뛰고 손발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신체 변화가 느껴지면 또 파국적 오해석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공황 발작에 이르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몸에 일어난 반응을 파국적 오해석하는 것이 불안이나 공포를 한층 더 초래하는 요인이 됩니다.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결혼식이나 회사 조례 등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할 때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린다거나 연설 내용을 전부 잊어버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강해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상황이 두려워집니다. 이때 신체는 혈류와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어떻게든 잘하려고 하겠지요. 이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은 빨개집니다. 식은땀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신체 변화를 ‘좋아. 연설을 잘하려고 몸이 준비하고 있어’라고 인지한다면 말하기에 집중하기 쉬워지겠지요.

“하지만 ‘큰일났다, 긴장되기 시작했어. 얼굴도 빨개지고 목소리도 떨리고 말도 더듬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라고 인지하면 더욱 긴장하게 되어 최악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신체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불안이나 공포, 긴장이 심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짜 라벨’일지도 모르는 불안과 공포
 
여담입니다만, 우리가 이따금씩 사로잡히는 불안이나 공포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 감정이 아니라 신체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호흡이 가빠지거나 근육이 굳어지는 신체 반응에 ‘불안’이나 ‘공포’라는 라벨을 붙여 해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많은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를테면 쥐는 고양이가 눈앞에 나타났다면 위험을 감지한 뒤, 고양이에게 덤비든 재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치든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겠지요.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이 딱딱해지는 등 신체를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투쟁·도주 반응’이라고 합니다.
그럴 때 쥐는 ‘나는 지금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어. 이대로라면 공황 상태가 오고 말 거야!’라고 해석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고양이랑 마주치면 공황 발작을 일으킬 것 같으니 고양이가 깨어 있는 시간에는 밖에 나갈 수 없어’라고 고민하지 않겠지요. 그저 그 자리에서 상황을 파악하며 고양이와 싸울지 도망칠지를 판단할 뿐입니다. 사람도 이렇게 단순하게 행동할 수 있다면 불안 장애라는 병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싫은 일이라도 조금씩 부딪혀 보기
 

공황장애 치료는 클라크의 ‘인지 발작 모델’을 환자와 공유하고 발작의 메커니즘을 이해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공황장애 환자는 대부분 자신에게 왜 발작이 일어나는지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 ‘모른다’는 점 때문에 더 큰 공포를 느낍니다.”

신체 반응을 파국적 오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 정도로 불안하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당연해’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면 공황 발작의 악순환으로부터 빠져나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다음 단계로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직면시키고, 만약 그때 공황 발작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합니다. 노출 요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두려워하는 자극이나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증상의 악화나 만성화로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일반 열차밖에 타지 못해. 급행열차에 탔다가 공황 발작을 일으키면 도중에 내릴 수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실제로 자주 있는 사례입니다). 그는 급행 열차를 타는 것을 계속 회피함으로써 공황 발작을 일으키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 하루하루가 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마음속에서 급행 열차를 타면 무조건 공황 발작이 일어난다고 인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나는 급행열차가 아니라 일반 열차에 탔기 때문에 안전했던 거야

급행열차를 타면 틀림없이 공황 발작을 심하게 일으킬 거야
 
계속 회피하는 행동이 ‘급행열차를 타는 것’과 ‘심한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더욱 강하게 연관시키는 학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일은 공황장애 환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경험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왠지 모르게 별로’였던 상황이나 사람을 계속 피하다 보면 ‘피했기 때문에 무사히 지나갔다’ → ‘피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큰일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인지가 굳어지게 됩니다. 특정 상황이나 인물이 더욱 강한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는 가끔씩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잘못된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급행열차를 타지 못하는 공황장애 환자에게 “공황 발작으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답답함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를 큰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 긴장하게 되어 공황 발작 증상은 계속될 겁니다”라고 이해시켜도 급행열차를 바로 타게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안이나 공포라는 감정은 인간이 태초부터 살아남기 위해 지닌 ‘위험’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체험하고 안전함을 몸으로 기억하는 것’만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신체 변화를 파국적으로 해석하면 불안이나 공포가 커진다
어떤 상황을 계속 회피하다 보면 그 상황은 더욱 강한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된다
 
공황장애 환자에게 실제로 어떻게 노출 요법을 실행할 것인가는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공황 발작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이해시킨 뒤, 노출 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접근법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번 장에서 이야기한 심리적 증상들은 사회불안장애와도 연결됩니다. 다음 장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사회불안장애를 인지행동요법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