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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회피형과 적극형

by 성공한 사막여우 2022. 3. 1.

 

 

 

주로 연인 간의 다툼이 일어났을 때,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회피형과 적극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연애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적극형의 내담자가 회피형의 연인을 보고 굉장히 답답해하면서 상담을 신청하곤 한다.사실, 연인 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화나 노력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서로가 서운했던 일이나 바라는 점 등을 공유하며, 해결 지향적인 의사소통을 하면서 타협점을 찾고 관계를 개선해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꼭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긍정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소위 말하는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지 못한 ‘회피형’의 성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한다.우선, 앞서도 말했듯이 연애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연인 간의 다툼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잠수를 해버리거나 회피하려 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고통 받는 내담자들이 나를 자주 찾아오곤 한다.주로 내담자들은 평소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는 내 연인이 나와의 갈등상황 또는 어떤 연유로 굉장히 힘든 상황에만 직면하면 뜬금없이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며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회피형 행동을 보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로 유년시절에 부모 또는 상급자로부터 압도당하는 경험을 겪었던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릴 적 부부싸움을 벌이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도저히 보다 못해 중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금방 묵살 당하는 등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해 ‘얼어붙음’ 또는 ‘좌절 경험’을 자주 겪게 된 경우에 굉장히 염세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볼 수 있다.건강한 연인관계라면 서로가 민감하고 취약한 부분이나, 갈등의 원인을 발견했을 때, 싸우더라도 점차 맞추어나가면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인데, 회피형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쌓아온 ‘어차피 나서봤자 해결되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면서 합을 맞추어 나가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또한, 연인이 노력과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예전의 모습을 잠시나마 드러내게 되는 경우, 즉시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는 자동적 사고가 발동되어 다시금 마음의 빗장을 굳게 닫고, 연인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그렇게 되면, 절대로 변하지 않을 상대방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게 됨과 동시에 만고불변의 옹고집이라는 낙인을 찍게 되므로 자연스레 애정이 식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 환경이 구축된다.

 

 

또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 때문에 기본적으로 회피형 성향의 사람은 연애를 시작할 때도 애초에 상대와 나의 차이를 먼저 확인한 뒤에 관계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사람은 변하지 않고,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니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서로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내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내심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스스로 자처한 악순환의 연쇄 과정일 수밖에 없다.또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거나, 내심 기대했던 상대의 모습과 상반되는 행동을 상대가 했을 때, 무척 실망하고 분노하는 지레짐작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 또한 자주 볼 수 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좋지 못할 때 친구나 대학 동기 정도의 가벼운 관계라면 즉시 도어슬램(문 밖으로 내팽개침, 회피형 최후의 수단)을 실행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연인관계이기에 혼자서 참고 또 참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쌓여있던 감정이 일순간 터져버리게 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의 입장에서는 억울함과 동시에 “왜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화를 내냐”,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얼핏 '회피형의 사람들은 답이 없다.'라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유형들을 모두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또 사실상 모든 책임이 회피형에게만 있는 경우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간혹 상대를 회피형으로 만드는 적극형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다툼이 발생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모든 것이 회피형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위력을 행사해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외면, 차단시켜버리는 등 상대방으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하여 자연스럽게 상대가 회피형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곤 한다.

 

 

회피형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조율'이라는 단어보다는 '배려'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부드러운 '우회적 말하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여 차근차근 설득하는 것이 좋고, 자신과 관련된 피드백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므로 될 수 있으면 '공격'으로 간주 될 만한 일체의 언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결국, 회피형 성향의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모래성을 쌓듯이 조심조심 꾸준히 신뢰와 애정을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충분한 배려와 애정을 지속적으로 쏟는 당신의 모습에 그들도 사람이기에 언젠가는 두터운 신뢰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꽁꽁 감춰두었던 자신의 내면을 어느 순간에는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시기에 다다르게 되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연애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 연애비책